2018년 5월 16일 수요일

503 닭대가리⁉️(약혐)

 2016년 7월에 중국에 출장을 가 있었다. 저녁에 마땅히 먹을게 없어서 길거리에서 양꼬치에 백주를 거하게 마시고 호텔로 들어가기 전에 살짝궁 출출해서 뭐라도 간단히 먹을까 하고 눈에 보이는 식당을 들어갔다. 한문을 모르니 기냥 아무 데나. 그리고, 메뉴판을 봤다.

 중국어는 모르지만, 대충 보니 앞 글자는 모르겠고, 가운데 간체가 닭(鸡)이고 뒤에 공(公) 자가 붙었으니 먹을 만한 닭 요리라 짐작하고 주문을 했다. 이 당시에 환율이 1위엔이 180원 정도였으니 8,640원짜리다. 어느 나라에 가던 닭 요리는 아무리 못해도 평타취 이상이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닭 요리에 공(公) 자를 붙였으니 뭔가 스페샬 할 것이라 생각했다(우리나라의 닭도리탕과 비슷한 닭 볶음인데 무식해서 멋대로 생각했다). 추가로 칭따오를 시켜서 홀짝홀짝 마시고 있노라니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왜 탕요리인가?! 비주얼도 넘나 다른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직원을 불러서 손가락으로 주문한 음식이 맞냐고 물으니 맞는다는 거다. 아 이거 국물을 쪼려서 먹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한참을 끓여도 국물이 쫄지는 않고 내 마음 만 쫄이더라. 그냥 국자로 떠서 앞 접시에 놓았다. 그런데....
 허얼~~!
 아무리 휘적거려서 찾아 보아도 닭대가리와 콩나물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줸장헐! 이것들이 한국인이라고 눈탱이를 치는구나. 중국어도 잘 하질 못하고 따지기도 뭐 하고. 시킨 요리가 맞는다는데 뭐라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결정적인 건 일단은 8,640원이니 사진만 찍어도 즐거웠다. 아 이룬!
 그래서, 기념으로 사진만 즐겁게 찍었다. 그리고, 머리도 먹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게다가 국물도 디럽게 맛없더라. 괘씸하지만, 머 한국도 중국인 관광객한테 김밥 한 줄에 만원 넘게 처 받는 일도 있었는데(이런 즐거운 추억을 만 원도 안되는 돈으로 만들 수 있다니), “그 죄를 내가 받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기냥 추억으로 간직해야지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식당 사장이 점쟁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 닭대가리탕을 주면서 ‘이게 니들 대통령 앞 날이다!’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끼워 맞추긴 머 하지만, 난 아무리 생각해도 8,640원짜리 음식을 눈탱이 당한 것이 아니라 8,640원짜리 저렴한 점을 본 것이 아닌가 한다. 국가적으로 중국한테 한국이 사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운을 보여준 것이 맞을 것이다. 술도 취했거니와 한문도 모르니 그냥 들어갔지만, 식당 현관에는 아마도 이렇게 쓰여 있지 않았을까? “음식도 먹고 점도 보고. 대신 맛은 보장 못함. 그러나, 점은 잘 봄!”이라고.
#503 닭근혜! 
 유명 운동선수들이 은퇴시에 그 선수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등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죄수번호 #503도 영구 결번으로 해야 할 듯하다.
※烧鸡公[shāojīgōng]:소계공. 닭을 볶은 요리라네요. 바이두에 검색하시면 맛나는 닭요리가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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